엔비디아의 최근 상황
최근 엔비디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7월 10일 134.91달러를 찍은 이후 한 달 새 25%가 넘게 빠졌습니다. 이른바 ‘AI 거품론’ 영향입니다. 빅테크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고가의 AI 반도체를 정신없이 사들였고, 앞으로도 더 사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막대한 투자 비용에 비해 뚜렷한 수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며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부상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결국 AI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럼 엔비디아의 수익도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작동했습니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엔비디아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부 문제와 외부 경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비디아 내부에서도 대형 악재가 터졌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GB200’에서 설계상 결함이 발견돼 양산이 최소 3달 이상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6.4% 하락 마감했고, 장중에는 90.96달러선까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분석가들은 당분간 엔비디아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빅테크 기업들이 지속해서 자본지출을 늘릴 전망이어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엔비디아가 현재 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3개월 지연돼도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조금씩 '균열’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번 블랙웰 이슈에서 보듯 엔비디아에 모든 걸 맡기기는 불안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 라이벌 AMD입니다.
AMD와의 경쟁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MD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년 대비 115% 급증한 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내놓은 ‘MI300’ 제품 호조 덕분이라는 설명입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데이터센터 GPU 매출이 4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예상했던 40억 달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대보다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 엔비디아의 주가에 찬물을 부었던 소식은 애플이 엔비디아 칩 대신 구글의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으로 자체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힌 것이었습니다. 이는 비싼 엔비디아 칩 없이도 ‘저비용 고효율’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런 흐름이 다른 고객사들에게도 번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미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도 자체 AI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할 수 없이 비싼 엔비디아 칩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지만, 동시에 자체 칩을 개발해 비용을 낮추는 시도를 계속 이어나갈 전망입니다.
스타트업의 도전
스타트업에서도 엔비디아의 대항마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6일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는 블랙록 주도로 6억 4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투자에는 시스코 시스템즈,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투자로 그로크의 기업가치는 28억 달러로 평가됐고,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이끄는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도 새로운 AI 반도체 '웜홀’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웜홀의 성능은 엔비디아 H100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개당 가격은 20분의 1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GDDR6 메모리를 탑재했고, 개방형 아키텍처인 ‘RISC-V’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저전력/저비용 맞춤 설계에 유리하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이들이 당장 엔비디아의 자리를 위협하진 않겠지만, 엔비디아가 모든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틈새시장을 차지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