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신고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앞으로 VASP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영업 종료와 더불어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규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VASP를 가상자산의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관리, 중개 알선 등의 영업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VASP 수는 총 37개로, 이 중 22개 사업자가 코인마켓 거래소인데, 이미 14개 사업자가 영업 종료 및 중단한 상태다. 갱신신고를 하지 못하면 코인마켓 거래소가 절반 이상 사라지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영업 종료가 이미 예견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원화마켓을 확보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일일거래대금이 전혀 없거나 거래소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상태가 3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용자 보호법 강화로 신규 사업자 등록 어려움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0원에 수렴하는 일일거래대금과 더불어 이용자보호법으로 높아진 규제 준수 부담으로 인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시행된 이용자보호법은 VASP에게 다양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VASP는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을 관리하고,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아울러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인터넷과 분리해 보관하는 가상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한도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체불가능한(NFT)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NFT를 발행한 사업자도 VASP 신고를 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 강화로 인해 신생 프로젝트들의 신규 VASP 등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VASP 등록이 유력한 곳은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지분 투자한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 업체 빗고의 국내 법인과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 등 규모가 큰 사업자들 뿐이다.
대기업들의 NFT 프로젝트도 VASP 등록 가능성 낮아
대기업들의 NFT 프로젝트도 VASP 등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NFT 멤버십 서비스 '로드 투 리치’를 서비스하는 SK플래닛은 VASP 등록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이 취급하는 NFT 거래가 되지 않고,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아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NFT 플랫폼 코튼시드를 운영하는 롯데이노베이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VASP 등록 여부는 검토 중"이라면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FT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이 아닌 NFT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자생할 수 있는 진흥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금법, 이용자보호법 등 정부 당국의 일관된 규제 정책으로 옥석가리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투자자 보호 기준이 높아진 만큼, 프로젝트들을 위한 진흥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론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 강화로 인해 많은 사업자가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유망 프로젝트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규제와 함께 신규 사업자를 위한 진흥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규제 명확성과 진흥책 부재로 인해 중소 규모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부터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포함돼 있다. VASP 신고를 하면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산업 진흥 기조가 아니라 규제 기조로,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사업자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시행된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난 후에는 신규 서비스들이 자생할 수 있는 진흥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